[Interview] 잘 살고 싶은 마음으로

by 오주환2020-11-13

Interview

잘 살고 싶은 마음으로

청춘의 민낯을 발견하는 뮤지션, ADOY 오주환 님



4-Untitled.png



앞서 두 차례 해체를 경험한 오주환은 2015년 12월, 그와 같이 해체를 경험한 이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밴드를 결성했다. 밴드의 이름은 ADOY(아도이), 오주환이 기르는 반려묘 요다(YODA)의 스펠링을 거꾸로 지었다고 한다. 밴드의 이름처럼 귀엽고, 가벼운, 그러면서도 힘이 있는 옥승철(Aokizy) 작가의 일러스트 앨범 커버, 그리고 ‘여름, 바다, 파도, 서핑, 달리기, 밤공기, 맥주, 수다’ 등 떠올리기만 해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 심상을 앨범에 하나 둘 채워나갔다.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500만원 남짓한 후원금으로 2017년 5월, 마침내 첫 EP 앨범 을 발매했다. ADOY라는 밴드의 이름으로 다시 무대에 올라선 순간, 오주환과 멤버들이 맞이한 관객은 50여명에 불과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점차 입소문을 시작한 첫 앨범은 발매 6개월 만에 K 인디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역주행의 신화를 써내려 갔다. 콘서트를 개최하면 매진이 되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 페스티벌의 핵심 라인업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뉴트로 트렌드의 물결과 함께 시티팝, 신스팝으로 청춘의 앳된 감수성을 자극하는 아도이의 음악은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그와 아도이 멤버들은 청춘을 이미 지나왔다고 말 하지만, 청춘과 함께 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밴드 활동을 넘어 칼럼니스트 활동까지 다양한 창작 스펙트럼으로 오늘을 기록해가는 오주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토: 반갑습니다. 주환님! 최근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공연으로 만나 뵙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EBS 라디오 프로그램 ‘Music A’의 DJ로 활동하시면서 아시아의 보석같은 음악을 발견하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어요. 그동안 ADOY(아도이) 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오셨는데, 그동안 활동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주환: ADOY 이전에 이스턴사이드킥, 스몰오 등 다른 밴드 활동은 물론, 모델 활동 및 리포터 등 방송 활동도 해왔습니다. 부끄럽지만 <잘 살고 싶은 마음>이란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해오긴 했지만, 언제나 중심은 음악이었습니다.



18-8._2_interview_____.jpg



새 앨범 발매 후 단독공연 및 해외 투어 등 여러 가지 활동을 공들여 준비해 왔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전부 취소 되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이 아쉬운 시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 공연을 통해서 비대면으로 팬들과 만나긴 했지만, 대면 공연에 대한 갈증이 큰 건 사실입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올해 초부터 ‘Music A’에서 아시아에 숨겨진 음악을 소개해드리며, 팬들과 만나지 못하는 갈증을 달래고 있어요.



22-8._3_interview_____.jpg



문토: 풋풋한 감정을 ‘바다, 파도, 달리기, 밤공기’ 등 직관적인 심상으로 드러내는 ADOY의 앨범 수록곡 뿐 아니라, 유년의 향수, 오늘의 모습, 미래의 소망을 담아낸 주환님의 에세이 <잘 살고 싶은 마음>을 살펴보면 ‘젊음과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다양한 창작 활동에서 주환님이 중점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오주환: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 보단,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도록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전에 이스턴 사이드킥, 스몰오 활동 당시에는 어렵고 긴 곡 작업도 많이 진행했어요. 나름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제 입장만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 반응이 좋지 않았죠. 그래서 ADOY 활동을 시작하면서 듣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곡을 작업하기 시작했고, 저희 음악이 인디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넘어서 일반 대중에게도 닿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모두들 지쳐있고 힘든 상황이라, 곡과 글에 희망을 담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32-8._4__interview_____.jpg



문토: 앞서서 이스턴 사이드킥, 스몰오 등을 거쳐 ADOY라는 ‘인디 밴드’로 활동하고 계신데, 이전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선 활동을 통해서도 사랑을 받아왔지만, 첫 EP가 미러볼 뮤직의 K인디차트 1위에 오르며 두각을 보이며, 두 번째 EP ‘LOVE’는 애플뮤직 일렉트로닉 앨범과 노래 부문을 동시 석권했어요. 이제 ADOY는 ’혼자 알고 싶은 밴드’로 남지 않고 '혼자 알기 아까운 인디 밴드’가 되었는데,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주환: 일단 옥승철(Aokizy) 작가의 앨범 커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첫 EP 에 수록된 ‘Grace’를 비롯하여 시티팝이라고 불리는 음악들과 사운드를 선보였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습니다.



38-8._5_interview_____.jpg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흐름이란게 있었던거 같고, 운이 좋게도 저희가 그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먼저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입소문을 내주셨어요. 이를테면 커버 이미지를 공유하거나 공연을 보신 팬분들께서 SNS등을 통해 ‘공연 맛집’이라며 자발적인 홍보를 해주신 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ADOY 이전에 활동했던 밴드들에 비해 반응도 더 빨리 다가왔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밴드 음악의 리스너들이 젊은 연령층으로 확대된 느낌도 듭니다.





문토: 자생 레이블을 꾸려 인디 밴드로서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는 동시에, 밴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대중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음악성과 상업성의 균형을 맞추는 행보를 두고, 스스로 ‘커머셜 인디’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소속사 없이 ’커머셜 인디’라는 모토를 유지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처럼 보여집니다. 커머셜 인디’를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궁금합니다.



오주환: 듣는 사람을 생각하며 음악을 만든다라는 부분이 일단 이전과는 가장 다른 지점인 것 같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저희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다가가려고 해요. 최근 전세계적으로 한국 음악이 주목받고 있는데, ADOY가 선보이는 음악을 단순히 K-Pop의 부류로 남기고 싶지 않아요. 초국적인 공감대 아래, 아이돌을 비롯한 메이저 씬(scene)뿐 아니라 한국의 인디 씬이 동일 선상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52-8._6__interview_____.jpg



그래서 음악시장을 로컬에 한정시키지 않고, 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넓히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외 공연도 많이 하고, 뮤콘(2020 서울국제뮤직페어) 쇼케이스 등 뮤직 컨퍼러스에도 꾸준히 참여해 네트워킹도 게을리 하지 않죠. 또 CJ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튠업에도 지원해 여러 가지 뮤직 비즈니스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모두 다 말할 순 없지만 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토: 이어지는 맥락으로, 옥승철(Aokizy) 작가와 함께한 앨범커버, 굿즈, 사운드 텍스쳐, 가사 등 브랜딩에도 남다른 면모를 보여주셨습니다. 자신의 고유한 이미지를 아웃풋으로 드러내는데 있어서 주환님이 중시하는 원칙이 있나요?



오주환: 특별한 원칙이라기보다 ‘본질에 집중하자’라는 생각은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포지셔닝과 타이밍에 대한 감을 잃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가급적 멤버들의 의견과 전문성을 믿고 많이 수용해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했던 이야기지만 ‘밸런스’는 몇 번을 말해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문토: 에세이 <잘 살고 싶은 마음>의 작가 소개에는 본인을 ‘잘 못 사는 사람’으로 소개했는데, 남들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참 솔직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주환님이 생각하는 잘 사는 기준과 잘 살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오주환: ‘사랑’이 잘 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랑은 형태가 없는 것이라, 저는 사랑하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사랑과 사람에 대한 기록을 글과 곡으로 이어오고 있어요. ADOY 두 번째 EP 앨범 ‘LOVE’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기도 했죠.



사랑이란 다양한 작업에서 보이는 흔한 단어이지만, 끊임없이 대두되는 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해요. 경제적으로 잘살고 싶은 마음도 들긴 하지만, 결국 사랑 앞에선 부수적인 일이에요.



그래서 지금 제 기준에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좀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멤버들과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고, 팀 ADOY와 함께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게 잘 사는 게 아닐까 싶어요.



70-8._7__interview_____.jpg



문토: 끝으로 힘든 시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주환: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해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대답하지 않는 무언가를 돌보는 일은 분명 힘겹습니다. 하지만, 삶이라는 건 무언가에 끊임없이 안부를 물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냉소보다는 서툰 사랑이 낫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힘들더라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 마음이 어떤 형태로든 돌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현재로선 의미 없게 여겨진 기억들도 곧 청춘으로 쓰여질 거예요. 그러니, 잘 살아 봅시다. 우리.



-

“Don't stop me, we need no reason

Don't stop me, this is the moment

Keep me young and free”



2017 10 27일 금요일 저녁. 홍대 Club FF에서 진행된 ADOY의 공연에서 오주환을 처음 마주한 날*, EP 에 수록된 ‘Don’t Stop’을 그와 함께 떼창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2020 10월 끝 무렵, 3년 전 함께 불렀던 곡처럼 그는 멈추지 않고 음악 활동을 이어왔고, 이번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변 인디 씬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축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 언제든 우리가 힘들 때 유영할 수 있도록 청춘의 세계를 지켜오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는 일, 슬플 때 마음 놓고 슬프다고 말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이 최고라고 말하는 일처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어려워진다.*



오주환 역시 당신 스스로의 감정에 서툴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는 우리의 감정이 너무 잔잔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음악과 글로 선한 영향력을 고민해오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음악과 글을 통해 우리는 경험했든, 아직 경험하지 않았든, ‘청춘이라는 노스탤지어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서툴고 미숙한 기억들도 온전히 나의 경험으로, 그리고 청춘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훗날 청춘을 지난 시점에서 힘든 과거의 나를 안아주고 응원할 미래의 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청춘이 안겨주는 안정감 속에서, 또 다른 시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청춘의 초상을 그려나가고, 자신들의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관련 이슈

[Interview] 꾸준함이 만들어 낸 쓸모

[Lifestyle] 그렇게 작가가 된다

[Movie]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한 여정

[Art&Culture] 미술은 이렇게 성장시킨다

[App&Service] 더이상 헤매지 않는 일상의 시작